내 아이는 ‘완벽한’ 존재라고 믿어주세요!

기사입력 2018.04.11 10:58 조회수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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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2011. 10. 12 (한겨레 베이비트리 칼럼 - 아이교육, 그 새로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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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로 태어납니다. 아이마다 다른 재능과 관심 그리고 가끔은 취약점을 가지고 탄생하며, 또한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길을 걷고자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표현들을 읽거나 들으시면 머리로는 잘 이해하지만, 내 아이를 바라볼 때면 항상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어떤 부모님들은 갓난아이는 본래 완벽한 존재라는 말에 위안을 받으며 동시에 반신반의의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내 아이에게 그 완벽함이 언제까지 유지되며, 언제부터 깨지기 시작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는 완벽이 무엇을 뜻하는지 곧바로 질문하는 부모님들도 자주 만납니다.


우선 “완벽”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세요. 오랫동안 원하던 집을 자연목을 사용하여 한옥으로 아담하게 한 채 지었습니다. 어느 날 오후 여유시간을 즐기며 마루에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봅니다. 집 짓던 과정이 한 순간 떠오릅니다. 집터를 다지던 일, 주춧돌을 쌓던 날, 자연목의 운치를 살려 삐뚤어진 모양이지만 튼튼한 나무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와 서까래를 올리고 상량식을 가졌던 날, 기와지붕을 올리고 담장의 벽돌을 쌓던 시간들, 그리고 집 전체가 떠오르며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집은 결국 건축자재 하나하나가 빈틈없이 완벽하게 제 자리에 놓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임을 확인합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합니다. 나무 목재가 모두 대들보로 쓰여서도 안 되고, 서까래와 기둥의 수도 그 집에 맞게 필요할 뿐입니다. 또한 주춧돌은 기본적으로 제한되어있고 기왓장과 벽돌도 적절하게 사용됩니다. 건축자재 하나하나의 쓰임새가 이처럼 알맞게 정해져 있듯이,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들 역시 이 세상에서 제각기 다르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의 자녀는 대들보일 수도 있고 기왓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붕의 완성을 위해 그 쓰임새의 비중은 똑같이 중요합니다. 혹시라도 기왓장들이 잘못 놓이면 장마철 피해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이는 삶의 어떤 과제를 가지고, 그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완벽한 능력”을 지니고 지상에 내려온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완벽은 객관적 수치나 타인의 인정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닙니다. 울퉁불퉁한 자연목들이 집짓는 과정에서 잘 다듬어져서 대들보와 기둥으로 쓰였듯이, 어린 아이는 훗날 자신의 삶에서 저마다의 역량을 발휘할 것입니다. 부모의 기대치와 소망을 아이에게 투사하는 강도에 따라 유감스럽게도 그 아이의 완벽성은 깨지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부모님은 자녀의 미래를 상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이와 함께 현재 주어진 시간을 흡족하게 즐기세요. 그리고 혹시 주변에서 갓난아이를 마주 대하게 되면, 그 아이의 눈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천상의 흔적을 만나는 기회입니다. 어른은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통해 내적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세 살 터울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첫째는 남아인데 조용한 편이고, 둘째는 첫돌을 앞두고 있는 여아인데 돌보기가 힘들고 속상할 때가 많아요. 고집부리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떼쓰기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합니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쩌면 이렇게 다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없을까요?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키울 수 없는 것이라고, 시부모님 또는 친정 부모님의 위로를 받으신 적이 없나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소중한 조언들이니 새겨들으면 유익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유전적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생물학적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고, 또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것이라는 환경설을 펼치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 입장에서 이 두 가지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답답할 때가 있지요. 

여러분의 자녀는 하나의 “개별체”로서 이 세상에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포괄적으로 하셔야합니다. 같은 부모 밑에서 거의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도 아주 상이하게 성장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합니다. 즉, 아이의 성장 발달은 유전과 환경이라는 두 가지 요인만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마다 다른 개별적 존재임을 인정해 주세요. 

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슈타이너인지학센터를 이끌며 번역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발도르프 유아교육>, <발도르프 학교교육>, 저서 <발도르프 육아예술>이 있다
[장주현 기자 anthroposop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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