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촉진제’ 동화, 제대로 들려주고 있나요?

이정희 2011. 11. 10 (한겨레 베이비트리 ‘아이교육, 그 새로운 발견’)
기사입력 2018.04.24 10:19 조회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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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옛이야기나 동화를 들려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며, 많은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미디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과연 그것을 올바르게 행하고 있는지 새롭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중요한 특징으로서 사람들은 물질의 풍요를 꼽습니다. 이런 현상은 자녀 교육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어린 자녀를 위해 유아용 도서를 잔뜩 구비해놓은 가정이 많습니다. 특히 젊은 부모들은 화려한 그림으로 꾸며진 동화책을 선호하고, 심지어 성우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CD나 카세트로 제작된 구연 동화를 들려주거나, 플래시 동화 등 영상물로 만든 멀티미디어 동화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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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에게 동화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면 화려한 동화전집, 멀티미디어로 구현된 동화형태는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방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리고 왜 동화를 들려 주어야하는지, 어린 시절 동화가 어떤 이유에서 필요한지, 어떻게 들려주어야 하는지 부모 입장에서 정확하게 알고 제대로 들려 주어야 동화의 교육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신체적-생리적 배고픔이 있듯이, 내면에서 그림, 즉 이미지의 상()에 대한 배고픔도 있는 것입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는 그림으로 된 이야기, 만화를 좋아합니다. 아이나 어른이 텔레비전에 쉽게 빠져드는 것도 결국 상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그림이 주는 기쁨은 더욱 큽니다.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 임금님, 공주, 금송아지, 마녀, 제비 등)과 함께 줄거리가 상상의 힘을 통해 아이의 머릿속에 이미지로 변하여 변화무쌍한 그림들이 만들어지고 그로인해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렇게 두뇌에서 활발하게 상상력이 확장되는 경험을 어린 시절에 충분히 하게 되면, 아이는 훗날 창의적인 생각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똑같은 동화를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를 통해 보았을 때, 사람의 뇌 활동은 전혀 다르게 작용합니다. 이야기의 줄거리에 따라 화면에 제시되는 동물이나 인물, 장면들은 이미 만들어진 그림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상상의 힘이 작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임금님, 공주, 금송아지가 이미 누군가에 의해 그려져 장면이 빠른 속도로 아이 눈에 비춰지고 아이는 다만 그것을 쳐다 볼 뿐입니다. 아이들 머릿속에서 수동적인 이미지의 수용만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그 말은 곧, 멀티미디어 동화가 아이의 상상력과 판타지의 힘을 되려 죽인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동화를 화면으로 보게 되면, 그 영상이 뇌리에 고정되어 새겨집니다. 어른이 어떤 소설 작품을 영화로 먼저 본 후, 그것을 글로 읽게 되면 과거의 영화 장면들이 떠올라 상상의 힘을 발휘하여 음미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에게 옛이야기나 동화를 가장 잘 전해주는 방법은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읽어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야기를 어색하지 않게 제대로 들려 줄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동화구연을 한다고 할 때, 생동감을 위해 재미있게 극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등장 인물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대사를 연기하며 감정을 담아 극적인 장면을 묘사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아이가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하여 스스로 이미지를 만드는데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상상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오히려 조용하게-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듯이- 어떤 극적인 연출 없이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차분한 분위기가 아이의 집중력을 더 높이고, 단조로운 낭송이 아이의 판타지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Q&A]

Q.  첫돌 지난 딸아이와 세돌 지난 아들을 키우는 전업주부입니다. 저희 집에는 꽤 많은 그림책과 동화책이 있습니다. 첫 아이 세살 때 이런 환경을 꾸미느라, 경제적 부담이 되었는데, 아이를 위해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가 의외로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의 성향으로 보아야하나요?

 

A. 초보엄마를 유혹하는 상술 하나가 우리 사회에 이미 널리 퍼져있습니다. 영유아기에 책을 많이 대하게 해주면, 취학 아동이 되어 독서하는 습관이 쉽게 만들어지고, 청소년기에도 책을 좋아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것은 근거 없는 상업적 주장일 뿐입니다.

취학 전에 책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상 아이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유아기까지 많이 움직이며 활동하는 것이 아이에게 바람직합니다. 책 읽는 습관은 아동기, 청소년기에 집에서 평소 부모가 책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독서 습관은 어른이 강요를 한다거나 또는 거실에 책을 많이 꽂아 도서실 분위기를 일찍 만들어 준다고 형성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3세 미만의 어린 아이에게는 두꺼운 종이로 된 것, 글 없는 그림책 몇 권이면 충분합니다. 그것이 소근육 발달을 위해 책 넘기며 노는 것으로 활용되면 충분합니다. 그 후 취학 전까지 유아에게는 그림이 화려한 동화책은 제한적으로 주는 것이 좋습니다. 상상력 촉진을 위해 어른이 동화를 (책 없이) 자연스레 들려주거나, 또는 책을 보고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유아용 도서는 말 그대로 전시용일 뿐입니다.

[장주현 기자 anthroposop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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