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과 조기입학의 부작용을 아시나요?

이정희 2011. 12. 16 (한겨레 베이비트리 ‘아이교육, 그 새로운 발견’)
기사입력 2018.05.10 13:23 조회수 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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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조기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세계적인 교육 경쟁력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자녀교육의 왕도를 찾는 것입니다.

우선 우리 사회에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교육풍토와 고정관념을 들여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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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우리나라 대도시에는 5-6세 아이가 온갖 조기교육으로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것이 아이의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평일 오전에는 영어학원의 유아반에 다니면서 미술과 음악을 영어로 배우고, 오후에는 수학과 창의력 수업을 받습니다. 주말에는 부모가 문화센터에 데려가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을 보여주거나, 다양한 체험학습을 위해 장거리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도시 근교나 시내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기도 하며, 문화 체험을 위해 유명한 특별전시장에도 기꺼이 갑니다.

둘째, 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을 부추기고 유아교육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데는 매스컴을 포함한 일반 여론과 국가 정책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 유아기의 교육을 취학 전 지적 교육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교육의 스타트라인을 앞당기는 동시에 조기교육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셋째, 취학전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때, 부모의 교육수준과 가계소득에 따라 자녀교육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믿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젊은 부부들은 자녀에게 들어갈 막대한 교육비용을 미리 걱정하며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기보다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풍조입니다.

이런 현실 상황에서 성장하는 어린 자녀들이 훗날 세계적인 활동을 주도하는 인재가 되려면, 어떤 자질을 쌓아야 할까요? 이에 대한 답변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지적 능력이 최우선 순위로 평가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국제사회는 사람의 지적 능력보다 창의성, 상상력, 판타지의 능력을 더 중요시하며, 나아가 사회성을 포함한 상생의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자질들이 조기교육이나 선행학습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미국 및 유럽의 교육학자들은 조기 교육 또는 조기 입학의 부작용 및 선행학습의 병폐를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연구결과를 소개합니다.

1. 미국의 교육학자, J. 업호프(James Uphoff)J. 길모어(June Gilmore)1985년 연구에서는 지적교육을 조금 늦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합니다. 이것이 초등 3학년부터 중학생이 될 때까지 저력으로 작용하는데, 이에 반하여 때 이른 조기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은 저학년에서 학습부진을 보일 확률이 높아지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2.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부설 교육학 연구소의 크리스티안 W. 베크 (Christian W. Beck)2001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조기교육으로 만5-6세에 읽기를 시작한 아이들이 만 7세에 읽기를 배운 아이들보다 읽기 영역의 성취가 떨어지는 결과가 제시되었습니다.

3. 독일의 J. 샤트너 (Johannes Schattner)1997년에 조기교육, 조기입학과 더불어 조기졸업의 문제성을 지적합니다. 조기교육에 노출되거나 입학연령을 조금 앞당긴 아동들은 학창시절에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4.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가 모델연구 프로젝트를 5년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1977), 5세 아동을 위해 미취학 예비학급을 설치하여 유아교육시설에서 약 1년간 선행학습지도를 해보았지만, 상대적으로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요컨대 유아에게 취학 전 지적 교육의 기회를 많이 제공할수록, 아이는 취학 후 학습에 대한 동기 유발이 적어지므로 선행학습은 유익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일찍 익힌 지적 능력은 아동의 학습능력의 계발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장기적으로 전혀 유익하지 못하는 결론입니다. 세계적인 교육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무의미한 조기교육을 중단하는 것이 현명한 부모입니다.

 

Q. 초등학교 2학년 언니를 따라서, 4세짜리 동생이 한글 공부에 집착합니다. 평소 동화책을 읽어주면, 그 책을 가지고 자기가 이야기를 지어냅니다. 요즘 부쩍 글씨를 알려달라고 조릅니다. 아이가 이렇게 원하는데, 한글 학습지를 조금씩 시켜도 될까요?

 

A. 4세에 글씨를 배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 시기 아이에게 지적 교육은 생명에너지의 낭비입니다. 무엇을 머리로 배우려면 집중을 해야 하므로 생명의 힘이 소모됩니다. 아이가 지닌 생명력은 만6세까지는 내장 기관의 성숙을 위하여 온전하게 쓰이는 것이 마땅합니다. 유아기에 학습지에 집중하는 것은 생명에너지의 용도 변경입니다.

 

Q. 맞벌이 부부입니다. 큰 딸아이가 내년에 일곱 살이긴 하지만 생일이 1월 초라 학교에 보내려고 합니다. 유치원에서 문자와 숫자 공부를 곧잘 하고 있어서, 학교 공부 역시 잘 따라 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입학을 하면 오후 방과후까지 저렴하게 공교육의 혜택을 볼 수 있고, 조기입학으로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때 이른 감은 있지만 입학을 시키고 싶습니다. 현명한 결정인지 고민입니다.

 

A. 취학을 앞당기는 것은 아이에게는 좋은 결정이 아닙니다. 맞벌이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돌봄을 국가적으로 보장받는 길이라 생각하시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폭넓게 짚어보아야 합니다. 물론 유럽도 정치적으로 취학연령을 조금씩 낮추려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교육학자들은 이면의 단점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깨어있는 부모들의 선택입니다.

평균치 보다 때 이른 취학인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은, 그만큼 아이가 내적으로 긴장하며 생활한다는 뜻입니다. 유치원보다 큰 울타리, 학교로 나아가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는 커다란 도전입니다. 사회성의 성숙을 위해 유아기는 만 6-7년간 잘 보호 받아야 마땅합니다. 아이의 유치갈이가 시작되면, 취학이 가능한 시기가 서서히 다가 온 것입니다.

[장주현 기자 anthroposop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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