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의 인간학적 이해 2 |글 김훈태

정기간행물 행동하는정신 17호 (2012년)
기사입력 2018.06.04 13:20 조회수 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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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의 인간학적 이해 2 | 김훈태 전)발도르프학교 교사

 

관찰, 공감, 표현

 

비폭력대화는 관찰과 공감, 표현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관찰해야 합니다. 관찰이란 의식의 빛으로 무의식을 비추는 것입니다. 평가와 판단을 하지 않고(생각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나의 마음도 관찰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아스트랄체 차원의 좋음과 싫음을 또렷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그것을 놓쳤을 때 평가와 판단은 순식간에 이루어집니다. 더 나아간다면 쾌감과 불쾌감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된 것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표정과 몸짓을 했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합니다. 이러한 관찰은 결국 표면의 말, 표정, 몸짓 등이 아니라 그 너머의 마음을 바라보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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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공감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따라 반응하는 나의 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의해 우러나오는 나의 마음,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지 않고 분명하게 느껴야 합니다. 이것은 관찰과 다릅니다. 관찰이 의식의 빛을 한 지점에 비추는 것이라면, 공감은 따뜻하게 감싸 안는 것입니다. 내가 나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상대방도 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간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미루어 느껴볼 수도 있습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은 공감의 언어이자, 가슴의 언어입니다.

그런 다음 관찰과 공감을 표현합니다. 무엇이든 올바르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관찰과 공감을 바깥으로 드러내어 나타내기 위해 이제는 느낌이나 생각이 아닌 의지의 힘이 필요합니다. 사실 표현은 관찰과 공감의 단계 어디에서든 이루어집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대해 관찰한 것을 그대로 표현하며, 그로 인해 일렁인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올바른 표현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상대방과 비폭력적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스트랄체, 감정혼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욕구를 관찰하고 공감하고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좀더 능동적으로 상대방에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앞의 방법이 감정과 화해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뒤의 방법은 우리에게 영적인 힘을 불러일으킵니다.

 

감정의 원인

 

바깥에서 주어지는 모든 것은 자극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자극과 원인을 구분하는 것은 몹시 중요한 일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우리에게 가혹한 말과 행동을 했을 때 부정적인 감정이 솟았다면 감정의 원인은 상대방에 있지 않고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상대방은 단지 자극을 주었을 뿐이지요. 이는 갑작스레 내린 소낙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쏟아진 비를 맞고 기분이 상했다면 그것은 내 마음이 기분 나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이가 소낙비를 맞고 기분이 상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레 비를 맞았으니 당연히 기분이 나쁜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당연히기분이 상하는 일이란 없습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은 자극에 지나지 않습니다. 원인은 나의 무의식에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카르마()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이 점이 분명해지지 않으면 비폭력대화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대개 우리는 평생을 바깥만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무의식의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에고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이상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의 부침에 따라 울고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욕구하는지도 모르고 살뿐더러, 심지어는 표현하지 않은 자신의 욕구를 다른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기까지 합니다. 자기중심적인 에고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환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나의 욕구를 알아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폭력대화는 자신의 감정을 그저 공감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의 근원을 찾도록 합니다. 특정한 감정과 닿아 있는 욕구를 찾는 것이지요.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는 한 모든 감정은 나의 욕구로부터 발생합니다. 그것을 분명히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소모적인 감정의 싸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책임감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감정이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당연히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선택에 따른 욕구의 충족과 좌절로부터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알 때 우리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고, 그래야만 자유로울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늘 밝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우리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크게 두 가지 경향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자기가 욕구를 충족할 만한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여겼을 때는 편안함이, 힘이 부족하다고 여겼을 때는 고마움이 생깁니다. 반면에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역시 두 가지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의 욕구가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고 여겼을 때는 화가, 그러지 못할 거라고 여겼을 때는 슬픔이 생깁니다. 힘이 센 아이와 약한 아이가 싸웠을 때, 센 아이가 지면 그 아이는 화가 날 것이고, 약한 아이가 졌을 때 그 아이는 슬픔을 느낄 것입니다. 욕구가 충족될지, 아니 될지 모를 때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이 강하다고 여길 때는 불안함이, 약하다고 여길 때는 두려움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한 감정 속에서 욕구를 명확히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감정으로부터 해방됩니다. 밝게 깨어 자신의 마음을 환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감정은 우리 마음에 둥지를 짓지 못하고 잠시 머물다 날아가 버릴 것입니다.

 

끝내며

 

우리는 욕구를 찾고 그에 따른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올바른 방식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부탁입니다. 에고는 상대방을 내 힘으로 바꾸고 조종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방에게 자극을 줄 수는 있지만 변화의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마음에 달려 있는 법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단지 제안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때 절대 기대를 해서는 안 됩니다. 강한 기대가 담긴 제안이나 요청은 강요일 뿐입니다. 부탁과 강요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기분이 상하면 강요입니다. 부탁은 자유로운 제안입니다. 강요는 상대방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좌절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강요와 마찬가지입니다.

비폭력주의는 수동적이거나 소극적이지 않습니다. 비폭력주의자였던 간디는 몹시 적극적이고 정치적이었던 영적 지도자였습니다. 비폭력주의에 바탕한 비폭력대화는 우리가 영적인 힘을 키울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그것은 삶의 태도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이 되게 할 것입니다. 그러한 태도가 곧 수행입니다.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는 자비의 대화라고 할 만큼 감성에 닿아 있지요. 사실 자비라는 말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대화란 올바른 소통이라 할 수 있는데, 사람이 소통을 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이거든요.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랑 하나면 충분하지요. 물론 여기에 바른 앎(지혜)과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슈타이너의 인지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참된 앎을 가르쳐주므로 비폭력대화를 더욱 균형 있게 해줍니다. 실천은 물론 우리들 각자의 몫입니다.

[김송미 기자 ssami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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