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 농법이야기

기사입력 2019.01.14 15:41 조회수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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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학 농부 장구지 선생님
 

   

인지학농부 장구지선생님.jpg

[…] 저는 농법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농업이 싫어서 농업을 멀리한 사람입니다. 큰 도시에서 살겠다고 매일같이 노래했어요. 전라도 익산에서 살았는데, 알곡이 익기 전에 새들이 와서 쪽쪽 빨아 먹어버리기 때문에 새를 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싫었어요. 삶은 감자 하나 누룽지 한 조각 들고 새를 보러 가는 것이 싫었습니다. 어서 기회만 되면 한국에서 나가고 싶었는데, 그것이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한국과는 영원히 빠아빠이를 하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삶이란 것이, 싫은 사람은 또 만나게 마련이고 하기 싫은 일은 또 하게 되더라고요. 그것이 우리 운명이고 교육입니다.
 한국에서 발도르프학교를 저보다 먼저 준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학교를 준비하면서 이 시기에 한국에서 발도르프학교가 태어난다는 것은 ‘조산’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은 한 두 사람이 할 수 있지만, 학교는 최소한 3~4명은 되어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발도르프학교가 생기는 것을 안 도와주려고 했어요. 그랬는데 조산인데 어떡하나,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키워야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과 오이리트미도 하고, 과천에 있으면서 인지학 공부도 하면서 학교 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이들이 빨리 8학년, 9학년이 되었어요.
 그런데 발도르프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이 농업 실습을 하지 않고 졸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에 있으면서, 그곳으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 발도르프 교육 과정을 마치고 두 번째 과목으로 농업을 공부하라고 권했습니다. 그런데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 학생들은 “우리 아버지가 전답을 팔아서 대학을 보내고, 유학을 보냈는데, 제가 다시 농업을 한다면 우리 아버지가 통곡을 하실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 한국이 아직도 농업에 대한 인식이 낮구나,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농업에 대한 생각은 아주 낮습니다. 아이들이 공부 안하고 놀면 “너희는 커서 농사나 지어라.” 하고 말을 합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다는 속담을 이정희 선생님께 처음 들었을 때 저 말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는 그 말이 이해가 됩니다. 지금도 어느 면에서는 굉장히 빨리빨리 합니다. 그런데 어느 면에서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의식들이 있어요. […]
 […] 한국의 발도르프학교를 돌보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발도르프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농업에 대한 공부도 안하고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나면 되겠는가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무조건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에 가서 도움을 받으면서 어떻게 씨를 뿌려야 하는지, 농사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를 배웠어요. 그러다 그렇게 싫어하던 농사일을 통해 신비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인지학을 하고 오이리트미를 해서 그럴 것입니다. 씨를 뿌리고 매일같이 물을 주고, 일주일 단위로 조금씩 싹이 나고, 그런 것들이 너무 신기했어요. 농업에 대한 애착이 하루가 다르게 생기더라고요, 이제는 농업이 그렇게 재미있어요. 감자도 심고, 상추도 하고, 정말 농업은 누구나가 다 해보셔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예요. 사실 컴퓨터는 없어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곡식이 없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
 

 […] 발도르프학교 학생들이 농업 실습을 오면, 아이들에게 유기농도 보고, 관행농업도 보고, 풀무학교도 가서 전공 수업도 보고 오라고 합니다. 좋은 것도 보고, 나쁜 것도 보게 합니다. 그래야 내가 갈 길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있어요. 그래서 마을 전체를 돌아보게 합니다. 제가 농업강좌 책이 나올 때 같이 읽어보고 그랬는데 그 책에 보면 슈타이너가 한 말이 있어요.  “농업은 혼자 지을 수 없다. 다른 생명과 같이 짓는 것이다.” 그러면서 들판에 밭이 있으면 밭가에 들장미도 심고, 새들이 즐겨 와서 노래할 수 있고, 나비들이 즐겨 와서 화
분을 옮겨주기도 하면서 같이 농사를 짓는 것이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꽃과 나비와 같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제가 농사를 짓고 있다 보면 새들이 오기도 하고, 나비들이 오기도 하면서 같이 짓습니다. 나비가 좋아하는 씨를 외국에서 가져와 심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옆 밭에 일하시는 할머니가 와서는 ‘당신 여기가 농사를 짓는거야, 꽃장난을 하는거야. 이곳에 콩을 심으면 콩이 몇 대는 나올텐데, 여기 다 둘러서 심으면 몇 말은 나올 것인데“ 하면서 할머니가 와서 야단을 치더라, 혼자 일하기 심심해서 그랬다 했더니 한심해 하셨어요 […].
 […] 우리 집에 학생들이 실습을 오면, 아이들에게 제가 아는 것도 많지 않아서 가르칠 것도 없는데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부담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때 마다 아이들이 알려주더군요. 선생님 집에 오면 지렁이가 많아요. 그래서 다른 유기농 농장에도 많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는 벌도 많고 나비도 많은데,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학생들이 실습을 오기 전에 미리 많은 준비를 해 놓습니다. 밭에 고랑을 만들어 두면 아이들이 그 밭고랑을 매고 합니다. […]
 […] 아이들에게는 이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야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실습을 위해 아이들이 오면 미리 많은 준비를 열심히 해둡니다. 그리고 퇴비를 만들 때도 층층이 하라고 합니다. 퇴비를 만들 때마다 층층이 퇴비를 넣고, 부엌에서 나온 쓰레기도 층층이 쌓으라고 합니다. 시루떡을 만들 듯이 층층이 퇴비를 쌓고 재도 넣고 약초 같은 것도 뿌려주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퇴비 만드는 것이 무척 복잡하구나.” 하고 말합니다.
 또한 쐐기풀도 퇴비로 넣어요. 퇴비를 만드는 데 쐐기풀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것은 시금치보다 비타민 C가 더 많아서 전쟁 때 독일 사람들이 이 쐐기풀을 뜯어다 밀가루을 풀어 죽을 쒀 먹고 그랬다고 합니다. 이 쐐기풀은 철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알고 보면 지혜로운 식물이에요. 제가 농업을 안 하려고 하니까 남편이 상추라도 심어 보라고 작은 밭을 하나 만들어 주었어요. 그 옆에 쐐기풀이 굉장히 많이 자랐어요. 그래서 그것으로 맛있게 음식을 해 먹었는데 언제가 보니 쐐기풀이 점점 적어지고 어느 순간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쐐기풀이 있는 땅은 흙이 푹신푹신했더군요. 다른 땅은 질퍽한데 쐐기풀이 있는 땅은 부드럽고 다르더 라고요. 그래서 옆집 농부한테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쐐기풀은 굉장히 인자한 풀이라면서 인자하게 산다고 말을 해주었어요. 쐐기풀은 땅이 딱딱하면 그곳에서 보금자리를 만들어 놓고 번식한대요. 그래서 땅이 충분히 좋아지면 또 다른 곳에 가서 뿌리를 내리고 그 땅을 좋은 땅으로 바꾼다고 해요. 얘네들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식물이구나, 느꼈답니다. 쐐기풀이 자란 곳은 딱딱한 땅이 부드러워지고 만지면 좋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그 흙을 제가 혀에 조금 대 보았어요. 먹지는 않았는데 기분 나쁜 느낌이 없이 아주 부드러웠어요. 그리고 그 땅에다는 뭘 심어도 다 잘 자랐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그 흙을 다른 곳에 뿌리고 했어요.
 그리고 슈타이너는 톱풀에 대해서 말했어요. 톱풀은 잎사귀가 톱날처럼 생겼고 하얀 꽃을 피웁니다. 이 톱풀은 인지학병원에서 꽃을 꺾어 다가 차를 만들어서 암 환자들에게 식후에 먹이기도하고 간이 나쁜 사람들에게 마시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식물은 젠틀맨이라고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무슨 뜻이냐 물었더니 이 톱풀의 뿌리를 가지고 가서 심으라고 하더군요. 씨는 저절로 펼쳐질 것이라고 알려주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가져다 심었더니 그 톱풀 주위의 땅이 부드러워지더라고요. 못쓸 땅에 심으면 그 주위가 다 좋아진다고 합니다. 시끄러운 여자들이 있는 곳에 젠틀맨이 등장하면 조용해지듯이 이 톱풀도 그런 뜻에서 젠틀맨이라고 한다고 했어요.
 슈타이너가 슈투트가르트에서 강연을 하고 3시간 정도 거리인 스위스 도르낙흐으로 가는데,  동행한 사람이 말하길, “슈타이너씨, 왜 요즘 사람들은 굉장히 훌륭하고 좋은 말을 많이 하는데 실천하는 것을 볼 수가 없고, 인지학을 하면 명상을 해야 하는데 별로 명상하는 것 같지도 않는가요?” 그랬더니 슈타이너가 말하길,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먹거리 때문입니다. 독일의 농업이 산업화될 때 지금의 농산물은 우리의 배만 채우지 제대로 인간에게 영양분을 전해주지 몫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농업이 아주 슬픈 단계에 있습니다. 제 맛을 못 내고, 당근인지 뭔지 구분도 잘 안되고, 농업이 미래에는 우리에게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시대가 왔습니다. 한국은 더 빨리 온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지금 유전자 조작 식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합니다. 천만 톤이 넘는 유전자 조작 식품을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이 말은 많이 하는데 그것을 의지로 옮겨 주는 힘이 없습니다. 의지로 옮겨 주어 실천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힘이 없어서 그것을 실천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화학비료도 그때만 해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척 나쁩니다. 그리고 원전에서 나오는 힘을 가지고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좁은 한국에 24개가 작동되고 있어요. 이것이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원전에서 나온 쓰레기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체르노빌 시대에는 소련 사람
들이 그걸 시멘트를 덮어버렸어요. 그런데 지금 그 쓰레기를 어떻게 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공기 속에는 산소, 탄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질소 등 많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명역동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우주에 있는 좋은 요소들 질소, 인, 칼슘 등이 많이 들어 있어요. 그런 식물들로 증폭제를 만들면 우주에 있는 요소들이 땅으로 들어오는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생명역동농법에는 그래서 9가지 중요한 증폭제가 있어요. 그래서 이것을 만들어서 쓰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특허권도 없었어요. 슈타이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이곳에 가져왔습니다. 이것은 소뿔에 소똥을 넣어서 만듭니다. 
 생명역동농법으로 만든 식품이 비싸다고 하지 말고 구입해 주세요. 2헥타르, 6천평의 농사를 지으면 사람 한 사람 정도 써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인건비가 안 나옵니다. 저는 연금으로 살아가니 돈이 안 나와도 됩니다. 그런데 내가 죽고 없어도 젊은이들이 농사를 계속 짓겠다고 하면 소비를 해 주어야 하고 어른들이 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가 있습니다.

 


 

[장주현 기자 anthropos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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