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는 내면의 “보석 상자”입니다.

이정희 2011. 12. 31 (한겨레 베이비트리 ‘아이교육, 그 새로운 발견’)
기사입력 2018.05.29 10:22 조회수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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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는 내면의 보석 상자입니다 (이정희 2011. 12. 31)

 

아동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은 35년 전 아이들은 전래동화를 필요로 한다.”라는 책을 펼쳐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1970년대 중반 특히 독일에서 인구에 회자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내용적으로 읽을 가치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부모와 교육자가 옛이야기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것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고 새롭게 인식할 것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그 여파로 80년대 이후 전래동화에 대한 교육적 의미는 세계적으로 퍼져나갔고, 문학에서 성인과 아동을 위한 창작동화 역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동화의 사전적 뜻풀이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옛날 옛적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지금처럼 어른이 아이를 위해 들려준 것일까요? 또한 전래동화는 많은 경우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사한 스토리 전개를 가진 것들이 많은데,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요? 과연 전래동화가 그 옛날 각각의 문화권에서 정말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인지, 또 작자 미상이라 해도 본래 누가, 언제 지어낸 이야기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한국의 <콩쥐 팥쥐>와 독일의 <재투성이 아가씨 Aschenputtel>의 줄거리는 거의 유사합니다.

전래동화는 대부분 간단한 유형을 보입니다. 줄거리의 서술구조는 기승전결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내용적으로 권선징악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들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분명하게 나뉘고, 대부분 착한 사람이 어떤 시련이나 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어려움을 뚫고 나가서 결국 복을 받는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는 마법에 걸린 경우는 다양한 시련을 극복하면서 마법에서 풀려나거나, 어떤 경우는 동물(당나귀, 개구리, 구렁이 등)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옛이야기의 전개가 이렇게 단순하고 명료하기 때문에 만 3-6세 유아와 초등 1학년 아동들은 여전히 상상 속에 빠져들어 등장인물과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 주인공이 처한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 일체감을 이루며, 혼란과 시련을 애써 뚫고 나가는 과정을 내적으로 함께 겪게 됩니다. 주인공은 위기가 아무리 험난하게 닥쳐와도, 무진 애를 쓰면서 그것을 확실하게 헤쳐 나갑니다. 그 결과 착한 주인공은 커다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게 되면 아이는 즐거워합니다.

또한 전래동화는 대부분 도덕적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착한 것에 대한 공감과 똑같이, 악한 것에 대한 아이의 반감, 비호감의 자세를 자연스럽게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실제 삶은 이렇게 단순하게 펼쳐지지 않습니다. 그것을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체험하며 알아 나갑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그런 힘겨운 과정을 옛이야기의 주인공들과 함께 내적으로 체험해본 경우, 더 안전하게 그것을 처리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전래동화의 다양한 이미지, 상들은 훗날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힘을 담은 내면의 보석상자입니다. 삶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닥칠 때, 아득한 기억 속에서 또는 무의식 속에서라도 긍정의 빛을 은은하게 발하게 됩니다.

 

Q. 딸아이는 4살 때부터 지금까지 잠자리 동화로서 매일 똑같은 그림형제의 <은화가 된 별>을 들려달라고 합니다. 어떤 때는 다섯 번을 들려주어도 잠이 안들 때가 있습니다. 직장맘으로서 저는 밤 시간에 해야 할 가사 일들이 많이 밀려있을 때는 녹음하여 들려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도 되나요?

A. 부모에게 잠자리 동화를 정성들여 들려주는 기회와 시간은 결국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아이가 성장하여 훗날 사춘기, 청소년기에 흔히 겪는 내적 연결의 어려움이 있을 때, 유아기 엄마와의 이런 경험들은 문제 해결에 커다란 도움을 줍니다.

동화는 가능한 육성으로 들려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연거푸 들려달라는 것은 엄마와의 시간과 사랑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직장맘이기 때문에 오히려 잠자리 준비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아이가 낮 동안 느꼈던 애정 결핍을 최대한 보듬어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시고, 기꺼이 시간을 내셔야합니다.

 

Q. 옛이야기 속에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 그것을 빼고 들려주어야하나요? 아이에게 두려움 또는 심리적으로 어떤 해를 가져올까봐 걱정이 됩니다. 예컨대 <빨간 모자>에서 늑대의 배를 가위로 자르는 부분, 또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호랑이가 사람의 팔 다리를 잘라 먹는 대목들은 빼고 싶어요.

A. 그것은 어른의 생각입니다. 동화는 이미지의 언어로서 아이에게 전체의 상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어른처럼 잔인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않습니다. <빨간 모자>에서 아이는 사냥꾼이 늑대 배를 가르게 되어 안도감을 가질 것입니다. 위험에 빠져있는 할머니와 손녀, 빨간 모자가 컴컴한 늑대 뱃속에 들어 있다가, 사냥꾼의 도움으로 환한 세상으로 나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아이는 동화를 들으면서, 장면 장면을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전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가능한 빠짐없이 이야기 전체를 들려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장주현 기자 anthroposop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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